<오디오플라자>
추리소설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전통적으로 이 분야는 영미권이 강세고, 여기에 일본쪽이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종의 양강 체제라 불러도 좋다. 특히,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까운 우리에게 일본 추리소설은 무척 인기가 높다. 예전의 마츠모토 세이초와 모리무라 세이치에서 최근의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츠오 등 화려한 라인 업을 자랑한다. 셜록 홈즈, 아가사 크리스티 등으로 시작되는 영미쪽은 아예 언급도 하지 말자.
이렇게 막강한 작가군을 가진 양대 진영의 살벌한(?) 방어막을 뚫고, 요즘 조금씩 북구쪽 작가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밀레니엄 시리즈를 집필한 스티크 라르손을 필두로, 요 네스뵈, 한스 올라브 랄룸 등이 슬금슬금 매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뉴 밀레니엄의 도래와 함께 추리소설뿐 아니라 오디오 역시 이쪽 지역의 강세가 눈에 띤다는 점이다.
▲ 북유럽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그리폰, 블라델리우스 그리고 마르텐
당연히 그 선두 주자는 전통의 그리폰을 꼽을 수 있겠고, 마르텐, 블라델리우스 등등 여러 메이커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 가운데 마이클 뵈렌센의 존재를 빼먹었다간 단단히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 덴마크 출신의 스피커 및 앰프 디자이너 Michael Borrensen
마이클 뵈렌센(Michael Borrensen). 덴마크 출신의 스피커 및 앰프 디자이너로, 아마도 그리폰을 주재하는 플레밍 라스무센씨의 뒤를 이을 강력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특히, 본인이 직접 앰프와 스피커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니와, 최근에는 케이블까지 손을 대고 있다. 특히, 그의 파트너라 할 수 있는 라스 크리스텐센씨로 말하면, 이쪽 업계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해왔고, 많은 노하우를 가진 분이다. 뵈렌센씨에겐 일종의 멘토라 해도 좋을 정도다. 이런 이인삼각의 멋진 컴비네이션이 구축되어 있는 관계로, 뵈렌센씨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현재 그가 런칭하고 있는 브랜드는 총 3가지에 이른다. 스피커로는 라이도 어쿠스틱스가 있고, 케이블로는 안수즈 어쿠스틱스가 있다. 이 부분은 크리스텐센씨가 오랜 기간 노도스트에 재직했던 만큼, 그 경험을 살려 런칭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세 번째 브랜드는 아빅으로 정확히는 “Aavik Acoustics”이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회사명에 어쿠스틱스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만큼 음향학적인 연구와 노하우가 풍부한 회사라 짐작해도 좋을 것같다.
▲ Aavik의 처녀작 U-300 인티앰프
이번에 만난 아빅의 제품은 “U-300”이다. 아니, 아직 이것 한 종뿐이 없으므로, 어차피 아빅을 소개한다면 본 기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단, 향후 본격적인 분리형이 출시된다고 하니, 이 부분은 시간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U”는 “Unity”의 약자다. 통합? 통일? 대체 뭘 통합한다는 것인가?
한번쯤 하이엔드 유저들의 오디오 랙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포노 앰프, DAC, 프리앰프, 파워 앰프 거기에 이들을 연결하는 각종 케이블에 파워 코드까지, 한 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특히, 어떤 회사는 내용물보다 외관에 더 치중해서 지나치게 박스를 크고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박스 장사”라는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을 정도다.
▲ MM,MC 대응 포노단부터 디지털 입력까지 풍부한 입력단
본 기는 바로 이 모든 것을 한곳에 담은 것이다. 즉, 포노 앰프, DAC, 프리 및 파워가 이 안에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퀄리티가 모두 뛰어나기 때문에, 만일 이것들을 단품으로 하나씩 구입한다고 했을 경우, 애호가가 갖는 부담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거기에 케이블까지 더한다면 총액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본 기 자체의 가격은 통상의 인티 앰프라는 개념으로 볼 땐 현기증이 나지만, 실제 내용을 따지고 들어가면 무척 합리적이라 하겠다.
▲ 클래스 D 방식 300W 출력 (8옴)
본 기는 클래스 D 방식으로 8오옴에 300W를 낸다. 4오옴엔 정확히 600W를 내는 스펙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음을 들으면 무척 아날로그적이면서, 뉘앙스가 풍부하고, 디테일이며 다이내믹스가 빼어나다. 그러므로 본 기의 성능을 오로지 클래스 D라는 단어로 굳이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파워단만 놓고 봐도 어느 강자에 못지 않는 내용을 갖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본 기의 디자인을 보면, 기능성과 심플함을 추구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전형적인 접근법에 충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운데 커다란 노브가 하나 배치된 가운데, 슬림하면서 매혹적인 라인으로 구축된 본체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자세히 보면 상당히 공을 들인 섀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통알루미늄을 절삭 각공하여 아노다이징 처리한 섀시
실제로 본 기의 섀시는 통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해서 아노다이징 처리, 블랙 피니쉬로 마감한, 매우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알루미늄이라는 소재는 요즘 들어 상당히 주목을 받는 소재로, 스피커 인클로저는 물론 진동판에도 채용되고 있다. 비교적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진동과 열에 강하고, 레조넌스에 적극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기처럼 제대로 섀시에 투입될 경우, 앰프 본체에서 나오는 열과 진동의 처리에 무척 요긴한 것이다.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훌륭하다 하겠다.
덕분에 무게는 16.5Kg이나 나가는데, 클래스 D 방식의 앰프로서는 꽤 무거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본 기의 장점은 오로지 파워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매우 공들여 만들어낸 포노스테이지
우선 언급할 것이 RIAA라 표기된, 본격적인 포노단이다. 사실 MM은 물론 MC 카트리지까지 대응하는 본 포노단은, 상당히 공들여 만들었다. 우선 카트리지를 보면 그 자체가 밸런스 방식의 설계다. 이것을 당연히 밸런스 방식으로 증폭하는데, 이 부분은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투입해서 최대한 노이즈를 억제한 가운데 처리하고 있다. 대응하는 카트리지의 경우 50~50K 오옴에 이르는 만큼, 매우 광범위한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
이어서 DAC부를 보자. 우선 입력단이 매우 풍부하다. SPDIF RCA가 두 개, Toslink 옵티컬이 두 개 그리고 USB가 하나 제공된다. 이 각각의 입력단은 서로 완전히 절연되어, 일체의 상호 간섭이 없다. 또 신호 경로를 최소화한 가운데, 타이밍 에러를 완벽하게 없애고, 별도의 클록으로 철저하게 컨트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 13개의 스테이지가 구성되는데, 그 각각이 또 완전히 고립되어서 일체 간섭이 없다.
한편 들어오는 입력 신호는 자체 알고리듬으로 리샘플링되는 바, 24Bit/200KHz 사양으로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리-클라킹 과정도 이뤄진다. 이후, 이 신호는 DAC 칩으로 전달되어 최종적으로 24Bit/192KHz라는 사양으로 출력된다.
마지막으로 프리단을 보자. 기본적으로 GND 방식의 앰프로 구성되어, 매우 정숙하고, 깨끗한 뒷배경을 제공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적막강산이다. 그러므로 음성 신호의 재현에 있어서 보다 디테일이 풍부하고, 다이내믹스가 뛰어난 음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라인단의 경우, 3단계의 게인 변환이 가능하다. 그 각각이 0-6-12dB로, 입력되는 소스들끼리 게인 편차를 줄이는데 매우 유용하다. 디지털의 경우, 2단계 변환이 제공되는 바, 0-6dB가 그것이다.
▲ 1dB 단위로 미세한 조정이 가능한 볼륨
프리앰프이 꽃이라 할 수 있는 볼륨단은 R2R 방식으로 처리되어, 정교함과 완벽성을 자랑하며, 총 100dB의 스텝이 제공된다. 1dB 단위로 조정이 가능함으로, 상당히 미세한 컨트롤이 이뤄질 수 있다. R2R 방식은 다량의 저항 소자가 투입되어, 입력되는 신호에 맞게 일군의 저항이 대응하는 무척 복잡하지만, 정밀함이 뛰어난 방식이다. 그러므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조정이 이뤄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섬세한 작업은 기억해둘 만하다.
자, 본 기의 시청을 위해 포노단과 DAC를 두루두루 편력했다. 그 결과, 포노단은 버그만의 마그네(Magne)라는 턴테이블에 오르토폰 안나(Anna)라는 MC 카트리지를 사용했고, CDT의 경우 아큐페이즈의 DP 720을 동원했다. 스피커는 키소 어쿠스틱스의 HB-X1. 본 기뿐 아니라 스피커 역시 스피드의 미덕을 강조하는 쪽이라, 두 제품의 매칭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음을 밝힌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므라빈스키가 지휘한 레닌그라드 필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의 1악장>이다. 일단 음성 정보가 풍부하고, 질서정연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빠른 반응도 인상적이다. 유려한 바이올린군이 장엄하게 메인 테마를 연주하는 가운데, 여러 악기들이 몰아쳐서 파탄을 이루다 다시 테마로 돌아오는 식의 반복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특히, 투티에서 몰아칠 때의 다이내믹스는 특필할 만한 부분이다.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고, 전대역의 움직임이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본 기의 소스부터 파워에 이르는 모든 컴포넌트의 퀄리티가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버나드 하이팅크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번 3악장>. 참 무섭게 돌진해온다. 반복적인 테마를 짧게 짧게 연주하면서, 처음에는 현악군 나중에는 관악군이라는 바톤 터치로 연결되면서 점차 고조되는 형식이다. 그런데 그 대목이 일목요연하며, 마치 군대의 제식 훈련처럼 일절 흐트러짐이 없다. 스케일도 비교적 커서, 스피커 바깥쪽까지 확장되는 무대가 서서히 이쪽으로 조여 오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발군의 스피드는 상찬할 만하다. 현대 오디오의 핵심 테마가 하이 스피드라는 점을 생각하면, 본 기의 퍼포먼스는 발군이다. 오히려 이렇게 여러 기능을 하나의 박스에 담은 컨셉의 장점이 부각된다 하겠다.
라이 쿠더의 <Tamp 'Em up Solid>는, 약간 컨트리 스타일이고 또 멕시칸 음악의 영향도 보이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중앙에 위치한 어쿠스틱 기타의 강력한 존재감. 원래 비루투오조 급의 솜씨를 자랑하는 쿠더지만, 정말 현란하면서 흡인력이 강한 음이 재생된다. 다소 느릿느릿 전개되는 진행에 가끔씩 첨가되는 코러스의 합세가 재미있고, 다소 텁텁한 쿠더의 보컬은 더 없이 매력적이다. 예전 녹음이지만 최신작처럼 싱싱한 면모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스티비 레이 본의 <Slide Thing>. 말 그대로 슬라이드 기타로 마음껏 기량을 발산하고 있는 초기 레이 본의 모습이 보인다. 빠른 템포의 블루스 곡인데, 또 한 명의 기타는 정공법으로 연주하고, 레이 본은 슬라이드로 대적한다. 이 불꽃 튕기는 명연이 라이브로 펼쳐지기 때문에, 더욱 실감이 난다. 관중의 뜨거운 열기가 당연히 포착되고, 드럼과 베이스의 묵직함에 현묘한 두 기타리스트의 손맛이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록이나 블루스 계통에 있어서도 상당한 실력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제품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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